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는 게 좋은 독서라고 생각했다.
몇 권을 읽었는지, 얼마나 빨리 읽었는지, 읽은 내용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문이 생겼다.
책을 많이 읽는 게 정말 중요한가?
책을 읽고도 내 생각이 달라진 게 없다면, 많이 읽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지금은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를 조금 다르게 판단한다.
책을 덮고 그 내용을 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책을 읽을 때는 대부분 이해했다고 느낀다.
문장을 읽고 있으면 내용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하지만 책을 덮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저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읽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을 때 단순히 내용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왜 이런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내가 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설명할까.
그리고 내가 저자라면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읽는다.
중요한 내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은 직접 표현해본다.
연필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개념 사이의 관계를 적어볼 수도 있다.
A -> B -> C처럼 구조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다.
내가 이해한 내용을 내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부분을 다시 읽는다.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설명해본다.
읽기 -> 이해하기 -> 표현하기 -> 설명하기 -> 부족한 부분 확인 -> 다시 이해하기
이 과정을 반복한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책을 덮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직접 설명해본다.
저자의 주장과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개념과 개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설명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해본다.
정말 맞는 주장인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반대되는 경우는 없는가.
이 내용을 알고 나서 내 생각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렇게 읽으면 책의 문장을 그대로 외우려고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이해하고 다시 구성한 구조가 남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내용을 같은 깊이로 읽을 필요도 없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빠르게 넘어가고, 처음 보는 개념이나 중요한 주장에는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책 전체를 같은 속도로 읽을 이유는 없다.
결국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서량이 아니다.
책을 몇 권 읽었는지보다,
읽은 내용을 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책은 읽었다고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고, 표현하고, 설명하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래서 나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기보다,
읽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